오래 보고 싶겠다 오래 생각 서성이고 오래 목소리 떠오르고 오래 코끝 향기 맴돌고 오래 물들이고 싶다다시 물들일 때까지 끝내 물들이지 못할 때까지
일기예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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잡담/매주 한 편 - 시
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다기에 참 다행이다 싶었어요당신께 줄 수 있는 건 이제 푸른 하늘 밖에 남지 않아서그마저 흐려진다면 슬픔을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요
대답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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잡담/매주 한 편 - 시
둘 사이 달라진 건 헤어지자는 말 하나뿐인데 저는 왜 가까이 갈 수 없는 건가요이별이라는 제일 어려운 일도 기어이 해내고저는 왜 쉽게잠에 들지 못하는 건가요당신이 저를 사랑하는 것과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중에 더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요슬픔을 삼켜야만 당신이 다시 웃을 수 있나요 정말 제게 그런 힘이 있나요당신만 괜찮다면 비가 내릴 때만 잠깐 올게요 다만 매일 비가 오길 바라도 되나요
그리운 사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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잡담/매주 한 편 - 시
많은 사람이 아니다더더욱 많은 이름이 아니다오직 한 사람한 사람의 이름이나는 오늘 문득그리운 것이다
풀잎이 꽃잎에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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잡담/매주 한 편 - 시
담을 수 없는 거리에도바라볼 수만 있다면 전 좋아요당신이 태양의 편애를 받아도제가 원한 건 햇빛이 아니기에전 아무렇지 않아요나비와 꿀벌이 수 없이 당신 속에 앉아소중한 것들을 가져가는 걸 봤어요그러나 그들이 결코당신을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아요비가 내리면 당신저보다 그 비를 먼저 맞겠지만땅에 쓰인 슬픔제게 먼저 닿을 것을 알아요사랑한다고 했지만사랑한다고 했지만계절이 나자당신의 색은 바래고초라한 제 사랑은영원히 푸르를 것을 알아요
냉장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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잡담/매주 한 편 - 시
어쩌면 냉장고는결국엔 자신을 하나둘씩 떠나가는반찬들이 서운해서차갑게 꽁꽁 열려버렸던 건지도 몰라사실 냉장고의 뒤에는따뜻한 면도 있는데 말이야어쩌면 나도결국엔 자신을 하나둘씩 떠나가는이별이 있는 만남들에게조금은 차갑게 대했는지도 몰라
금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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잡담/매주 한 편 - 시
아름다운 당신유성을 닮아서짧게 빛나오래도록 사라진다 해도눈을 꼭 감을게요찰나의 당신포돗빛 하늘평생 기억할 수 있도록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느린 건 제 사랑 하나뿐이지만영원을 믿게 한건순간을 빛낸 당신이니까
어머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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잡담/매주 한 편 - 시
여자 너머의 여자누군가의 귀여운 아이꽃 너머의 꽃오로지 어여쁜 사랑산 넘어 산하나뿐인 조그만 믿음내일도또 내일도 그러하기를
투정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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잡담/매주 한 편 - 시
묵묵히 보내는 것이어찌 사랑인가요가는 이를 붙잡지 않는 것이어째서 사랑인가요그 등 뒤에서 손을 흔들어주는 게어떻게 사랑인가요아름다운 이별이세상에 어디 있나요순백의 목련도 떨어지면지저분해지는 법이잖아요새하얀 눈도 녹으면질척거리는 법 이잖아요제게 침묵을 강요하지 마세요제게 인내를 강요하지 마세요전 침묵할 자신도인내할 자신도